영화관을 나오면서 "잘 만든 영화"와 "아쉬운 영화" 사이 어딘가에 멈춰 선 적이 있습니다. 영화 가 딱 그랬습니다. 권력을 잃은 어린 왕이 유배지 마을 사람들과 밥상 앞에 마주 앉는 순간, 저는 스크린 안에서 뭔가 진짜 따뜻한 것을 봤다고 느꼈습니다. 그런데 영화가 끝났을 때 남은 감정이 감동보다 아쉬움 쪽에 더 가까웠습니다.영화가 시작된 배경과 맥락권력을 잃은 사람이 비로소 사람다워진다는 이야기는 오래된 서사 구조입니다. 는 그 구조 안에서 단종이라는 실존 인물을 꺼내 씁니다. 조선 6대 왕 단종(端宗)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강원도 영월로 유배된 역사적 실존 인물입니다. 영화는 그 유배 시절을 배경으로 삼아, 이름 없는 마을 사람들과 어린 왕이 서로 기대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.제가 이..
13척 대 133척. 이 숫자만 보면 처음부터 싸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, 저는 영화 '명량'을 보고 나서 그 판단이 꽤 단순했다는 걸 느꼈습니다. 절망적인 수치 뒤에는 지형, 조류, 그리고 한 사람의 결단이 숨어 있었습니다.칠천량 패전이 남긴 것1597년 정유재란(丁酉再亂)이 시작되면서 조선 수군은 칠천량 해전에서 돌이키기 어려운 패배를 겪습니다. 여기서 정유재란이란 임진왜란 이후 휴전 협상이 결렬되면서 왜군이 두 번째로 한반도를 침략한 전쟁을 말합니다. 원균이 지휘하던 조선 수군은 이 전투에서 거북선을 포함한 대부분의 전력을 잃었고, 장수 배설이 후퇴하며 가까스로 건진 판옥선 13척만이 남았습니다.판옥선(板屋船)이란 갑판 위에 판자로 지붕 구조를 얹은 조선 고유의 전투선으로, 왜군의 소..

